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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1. 시중은행, ‘현금 태우기’로 미성년자 고객 유치에 총력
최근 금융권에서는 아이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면 현금을 지급하는 이벤트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앞다투어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미성년자 대상 현금성 보상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은 2023년 출생한 아이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면 5만 원을 통장에 입금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여기에 주택청약종합저축 상품까지 가입하면 추가로 2만 원 상당의 ‘우리아이행복 바우처’를 제공합니다. 계좌 개설만으로 총 7만 원의 혜택이 제공되는 셈입니다.
KB국민은행도 14세 미만 자녀 명의로 ‘KB스타뱅킹’을 통해 입출금통장을 개설하면, 1만 원 상당의 배달의민족 모바일상품권과 함께 ‘인생네컷’ 촬영권 2매를 제공합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스타벅스 커피 쿠폰(1만5천 원 상당)과 2만5천 원의 금융쿠폰도 제공한 바 있습니다. 해당 금융쿠폰은 예·적금 가입 시 통장에 입금되는 현금성 혜택입니다.
신한은행은 올해 연말까지 19세 미만 미성년자가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하면 현금 2만 원을 바우처 형태로 제공하고, 하나은행도 같은 조건에서 2만 원 상당의 하나머니를 제공합니다. 이처럼 시중은행은 미성년자에게 직접적인 ‘현금’ 혜택을 제공하면서 부모들의 선택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2. 왜 현금을 쓰면서까지 미성년자 고객을 유치할까?
그렇다면 왜 시중은행은 수익과 직결되지 않는 어린이·청소년을 상대로까지 이런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미래 고객’ 확보에 있습니다. 현재 청년 세대는 시중은행보다는 간편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인터넷은행(인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과거에는 ‘주거래 은행’이라는 개념이 뚜렷했고, 대학 등록금·군 복무·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시중은행과의 관계를 맺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Z세대는 토스뱅크,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을 더 선호합니다. 앱 기반 서비스의 직관성, 편의성, 간편한 인증 절차 등에서 시중은행이 뒤처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선택한 전략은 ‘어릴 때부터 친숙하게 만들자’는 접근입니다. 아이가 태어나거나 성장하는 시기에 부모가 시중은행에서 첫 계좌를 만들어 주면, 그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에도 해당 은행을 계속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노린 것입니다. 다시 말해, 현재의 미성년자는 미래의 예금자, 대출자, 투자자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적 핵심 고객입니다.
현금을 소모하는 이벤트는 당장의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는 데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자녀 계좌 개설이라는 결정은 부모의 판단이 중요한 만큼,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부모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한 전략 포인트입니다.
3. 인뱅은 왜 미성년자에게 보상을 주지 않을까?
반면 인터넷은행(인뱅)은 미성년자 전용 상품이 있어도 별도의 현금성 이벤트를 거의 진행하지 않습니다. 토스뱅크의 경우, 부모가 자녀 명의로 개설할 수 있는 ‘아이통장’을 운영 중이지만, 이를 유도하기 위한 보상 이벤트는 없습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미성년자 전용 상품조차 운영하지 않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선불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뱅은 20대와 30대 고객층에서 높은 비중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스뱅크는 20대 고객이 전체의 25%, 30대는 21%를 차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10대 이하 고객도 10%에 달합니다. 이처럼 10~30대 고객 비중이 전체의 과반을 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케이뱅크 역시 20·30대 고객 비중이 43%에 이르러, 인뱅은 이미 젊은 세대의 주거래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즉, 인뱅은 이미 젊은 세대의 금융 생활을 장악하고 있어 별도로 현금성 이벤트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플랫폼 중심의 UX/UI, 빠른 처리 속도, 생활 밀착형 금융 서비스(예: 토스페이, 자동저축, 신용점수 조회 등)를 통해 젊은 층을 자연스럽게 유입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4. 시중은행과 인뱅의 경쟁, 미래 금융 시장의 향방은?
현재 금융시장은 명확히 ‘시중은행 vs 인터넷은행’이라는 양강 구도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 구도의 핵심 축은 바로 ‘젊은 고객’입니다. 시중은행은 전통적인 강점인 신뢰성과 전국 영업망, 다양한 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뱅은 앱 중심의 혁신과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젊은 세대의 니즈를 보다 민첩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시중은행이 택한 전략은 ‘고객 선점’입니다. 아직 금융 경험이 없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통장 개설을 유도하고, 소액이더라도 현금성 보상을 제공하면서 첫 금융 경험을 시중은행에서 시작하게끔 만드는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금융 소비자의 충성도는 과거보다 훨씬 낮아졌고, 편의성과 혜택에 따라 은행을 유연하게 선택하는 것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고객 유입을 넘어서, 해당 고객이 계속해서 해당 은행의 상품을 이용하도록 만드는 전략이 뒤따라야 합니다.
미성년자 고객 유치를 위한 현금성 이벤트는 분명 눈길을 끄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앱 경쟁력, 서비스 품질, 고객 맞춤형 금융 솔루션 등에서 인뱅과 맞설 수 있는 종합 전략이 수립되어야만 시중은행이 진정한 의미의 ‘미래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 글
시중은행이 아이 통장 하나 개설에 수만 원을 지급하며 미래 고객을 선점하려는 현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젊은 세대 유출을 막고 금융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입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혜택을 잘 따져보고 자녀에게 어떤 금융 환경을 제공할지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아이의 금융 교육과도 직결되는 만큼, 단기적 보상만이 아니라 장기적 혜택까지 고려한 선택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