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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지난 7월 31일, 한국과 미국 간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며 긴장감은 누그러졌지만, 정작 국내 주식시장은 오히려 이틀 연속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호재인데 왜 주가가 떨어졌을까?”라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한미 관세 협상의 배경과 주가 하락의 원인, 주요 기관의 분석 내용을 정리하고 향후 투자자들이 고려할 전략까지 짚어보겠습니다.
1. 관세 협상 ‘타결’은 호재였을까? 이미 선반영된 기대감
한미 간 관세 협상 타결은 표면적으로는 호재입니다. 원래 미국이 예고했던 25%의 고율 관세가 15%로 낮아졌고, 이는 일본·유럽연합(EU) 등과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관세 역시 25%에서 15%로 내려가며 완화된 수준이지만, ‘무관세’ 상태였던 기존 한미 FTA의 이점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호재로만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더불어, 증권가에서는 이미 이 같은 협상 결과가 일정 부분 선반영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관세 타결 기대감이 주가에 미리 반영되어 있었기 때문에, 실제 결과 발표 시점에서는 ‘재료 소멸’로 간주되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2. 외국인·기관의 대규모 순매도, 코스피 하락의 직접 원인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순매도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31일부터 8월 1일까지 이틀 동안 외국인은 약 3,075억 원을, 기관은 무려 1조 7,772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특히 기관은 하루 만에 1조 원이 넘는 물량을 쏟아내며 코스피 지수를 크게 끌어내렸고, 외국인도 첫날에는 매수 우위를 보이다 다음 날 갑자기 6,500억 원 넘게 ‘팔자’로 전환했습니다. 이처럼 기관과 외국인이 동시에 발을 빼는 양상은 일반 투자자들의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는 주가 전반의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3. 관세 협상의 대가와 시장의 복합적 실망감
이번 관세 협상은 단순히 ‘관세율 인하’만 담긴 것이 아닙니다. 한국 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으며, 자동차와 농산물 시장도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다시 말해, 관세 인하의 대가로 한국은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수용한 셈입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질적으로는 FTA 무관세 이점이 사라졌고, 한국 기업들이 미국, EU, 일본과 다시 극한 경쟁에 놓였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자동차, 철강 산업에 종사하는 국내 주요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세제 개편안도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의 과세 기준을 기존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고, 최고 35%의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도입 등을 포함한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이는 개인 투자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 매도세를 자극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4. 향후 주가 반등 위한 조건은? ‘기대감’ 아닌 ‘펀더멘털’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관세 협상 타결 자체는 25% 고율 관세 시나리오라는 ‘부정적 리스크’를 제거한 것일 뿐, 새로운 상승 재료가 되긴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이번 조치는 위기 회피에 가까운 성격이지, 시장의 ‘긍정적 모멘텀’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진정한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기업 실적 회복’과 ‘경기 반등’이라는 펀더멘털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 동결, 중국의 경기 부진, 국내 세제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입니다.
하나증권의 이재만 실장은 “실망감으로 인해 8월에는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이익 추정치 상향 조정이 기대되는 업종의 비중을 확대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다시 말해, 단기적인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성장성과 실적이 확실한 기업에 대한 선택적 매수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 마무리: 지금은 '재료보다 체력'이 중요할 때
이번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은 외형상으로는 '악재 해소'였지만, 시장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하락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호재 하나로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외국인과 기관의 움직임, 세제 개편에 대한 실망감,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이 겹치면서 나타난 하락세였으며, 투자자라면 이러한 ‘기대감-현실 괴리’에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단기 이슈보다는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과 실적 회복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기입니다. ‘무슨 뉴스가 나오느냐’보다 ‘누가 이 상황에서 살아남느냐’가 더 중요한 시장. 당신의 포트폴리오도 다시 점검해볼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