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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코레일(KORAIL)과 에스알(SR)의 고속철도 통합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통합 추진의 배경, 현황, 이해당사자의 입장, 그리고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과 우려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을 제시한다.
1. 통합 추진 배경과 조직 출범
최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SR(에스알)과의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며 고속철도통합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추진단은 코레일의 사내 전 부서가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되었으며, 조직은 안전‧기술 분과, 조직인사 분과, 영업준비 분과, 지원 분과 등으로 세분되어 있다. 이로써 통합 운영을 위한 조직, 인력, 운영 체계, 제도 등 다방면의 과제를 발굴하고 추진하는 데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통합 논의는 국토교통부(국토부)의 역할 아래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는 “서비스 통합(service integration)”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일정한 성과가 확인되면 기관 통합(institutional merger)으로 확대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코레일은 기관 통합을 기정사실화하는 쪽으로 내부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이처럼 통합 논의가 가시화된 것은 여러 배경이 작용한 결과다. 코레일의 경우 새마을호, 무궁화호, 일반 전동열차 등 비고속 철도 운영 부문에서 누적된 적자 및 부채 부담이 상당하며, 중복 운영 비용, 관리비 등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 SR 측은 서비스 경쟁을 통한 혁신 효과, 고객 편의성 제고 측면에서 통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또한, 이용자 입장에서 요금·운임 측면에서 효과가 클지 여부, 경쟁체제로서의 이익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2. 이해당사자들의 찬반 입장 비교
이해당사자 | 찬성 입장 | 반대 또는 신중한 입장 |
코레일 | - 기관 통합 시 운임 인하 가능성, 운영 효율화 기대 - 주말 좌석 확대 등 수요 대응력 증가 - 중복 비용 절감 및 관리 체계 단순화 | — |
SR | — | - 경쟁체제로서의 서비스 혁신 효과 지속 - 독립적 운영이 고객 만족과 정시성 등에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 - 통합 시 과연 경쟁이 사라지고 서비스 수준 저하 우려 |
철도노조 및 근로자 | 대체로 통합 찬성 쪽: 배차‧운행관리‧인력 운영이 통합되어야 실질적 효과가 있다는 주장 | 인력 배치, 승무원 근무 환경 등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 |
정부 / 국토부 | 국민 편의 증대, 공공 교통체계 효율성 향상, 대통령 공약 실현 등의 이유로 통합 시너지 가능성을 모색 중 | 우선 서비스 통합을 시험해 본 뒤 기관 통합 여부를 판단하자는 입장. 통합에 따른 법적, 제도적 도전 과제 존재. |
이용자 / 국민 | 운임 인하, 좌석‧열차 선택지 확대, 환승 할인, 앱 통합 등 편의성 향상 기대 | 서비스의 획일화 우려, 경쟁이 줄면서 요금 조정이나 품질 저하 가능성 우려 |
주요 쟁점들이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에 따라 통합의 형태와 범위, 시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3. 통합 시 예상 효과 및 구체 방안
예상 효과
- 요금 인하 가능성
- 코레일은 통합 시 KTX 운임을 약 10% 인하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또한, SRT 환승 시 할인 적용 등의 제도가 통합 후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 열차 좌석 공급 확대
- 주말 등 수요가 몰리는 구간에서 좌석 수를 늘려 국민들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 코레일 측의 주장이다. 예컨대, 주말 기준으로 약 1만6,000석 증대 가능성이 언급됨.
- 운영 효율성 및 중복 비용 절감
- 열차 운행 계획, 승무원 배치, 조직 중복 제거 등이 가능해지고, 시스템 비용(매표, 정비, 차량 임차 등)에서도 절감이 기대된다.
- 서비스 통합으로 인한 국민 편의 향상
- SRT와 KTX의 교차 운행, 앱 통합, 승차권 발매 시스템 통합, 역사 내외 시설 개선 및 통합된 콜센터 또는 고객 서비스 제공 등이 고려되고 있다.
구체 방안
- 통합 추진 조직 구성
- 코레일은 고속철도통합추진단을 구성하고, 분과별로 구체 과제를 세분화했다. 자산 및 채무 인수, 인력 운용, 운행 시간표 개편, 운임 체계 정비, 소송 및 법적 승계 문제 등이 19개 과제로 파악됨.
- 시간표 및 운행계획 조정
- 통합 후에는 열차 배차 및 시간표 조정을 통해 중복 운행을 줄이고, 승객 수요에 따라 효율적으로 편성을 조정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SRT 운영역에 KTX 배치 또는 서울역/수서역 등 주요 거점의 역할 조정 등이 논의됨.
- 서비스 및 제도 통합
- 승차권 앱, 티켓팅 시스템, 환승 할인, 고객 혜택 제도, 좌석 유형 통합 등이 포함된다. 또한, 승무원 복장, CI(기업 이미지) 변경 등 브랜드 일체화 요소도 검토 중이다.
- 단계적 접근
- 국토부는 기관 통합 이전에 먼저 서비스 통합을 시행해 시범 사업 성격으로 검사하는 접근을 제안하고 있다. 교차 운행, 앱‧발매 시스템 통합 등을 먼저 도입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제도적 통합 범위와 시점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4. 과제와 향후 전망
주요 과제
- 법적·제도적 절차
- 기관 통합은 단순한 운영 방식 변경을 넘어 조직, 예산, 자산과 부채의 승계, 인력 배치 및 노사 관계 등 광범위한 제도 변경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절차는 복잡하며 이해관계 조정이 필수다.
- 경쟁체제 상실 우려
- SR 쪽에서는 경쟁으로 인해 생긴 서비스 개선 효과가 통합으로 인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경쟁이 줄면 혁신과 질적 수준 유지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요금 및 서비스 수준의 공정성 확보
- 운임 인하, 환승 할인, 이용자 편의성 등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제도적이고 투명한 기준 및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 무작정 통합만 한다고 혜택이 균등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역별/노선별 불균형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 재무 부담과 손익 계산
- 통합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재정 손실, 시스템 통합 비용, 직원 이직 및 재배치 비용 등)과 절감 가능 비용 사이의 균형, 그리고 실제 수요 증대 여부 등이 사업 타당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 이용자 신뢰 및 커뮤니케이션
- 통합이 가져올 변화—시간표 변경, 브랜드·앱 변화, 승차권 시스템 변경 등—이용자에게 미치는 혼란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전 안내와 소통이 필수적이다.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서비스 통합이 먼저 실행되는 흐름이 유력해 보인다. 교차 운행, 앱 통합, 환승 할인 등이 그 예이며, 이들이 국민 편의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지가 앞으로 기관 통합 추진 여부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대통령 공약 이행 및 공공 교통 효율성·공공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기관 통합의 방향으로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 시점과 방식은 정부의 의지, 이해당사자 조율, 재무적·법률적 준비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또한, 통합이 이루어진 후에는 실제 효과 검증이 중요한데, 운임 변화, 좌석 공급 변화, 서비스 정시성, 고객 만족도, 재무 건전성 등이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이들 지표가 예측한 바와 달라진다면 통합 이후에도 지속적인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마무리 및 제언
코레일과 SR의 통합은 단순한 조직 합병을 넘어 고속철도 운영체계 전체를 변화시키는 중대한 사안이다. 국민 입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혜택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리스크와 과제도 많다.
제언하자면:
- 통합 추진 단계에서 투명한 데이터와 분석을 국민에게 공개하여 통합의 타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 서비스 통합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조정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 인력, 고객 서비스, 브랜드 변화 등에 대한 변화 관리를 잘 설계해야 한다.
- 이용자 중심의 혜택—운임 인하, 환승 할인, 좌석 확대, 접근성 강화—이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의 논의와 결정 과정이 단순히 기관 이익이나 비용 절감에만 치우치지 않고, 국민편익과 공공 서비스의 질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