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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KB금융그룹 부자보고서를 통해 확인한 최근 부자들의 투자 인식 변화. 부동산 중심에서 주식·금융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과, 부자들이 가장 유망하다고 본 투자 방법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한다.
① KB 부자보고서가 주목받는 이유와 조사 대상의 특징
KB금융그룹의 부자보고서는 매년 발표될 때마다 금융시장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용도를 보인다. 그 이유는 단순한 설문조사가 아니라, 실제 금융권에서 자산을 관리받고 있는 고액자산가 고객을 기반으로 조사된 자료이기 때문이다. 일반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부자의 생각’을 간접적으로라도 가장 현실에 가깝게 엿볼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B금융은 2011년부터 부자 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금융자산 기준 부자의 수는 약 47만 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 초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단순히 자산 가격 상승만의 결과라기보다는, 자산 축적 방식의 다양화와 금융자산 비중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자산 구성 비중을 살펴보면 여전히 거주용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비중이 가장 크다. 다만 이는 ‘살고 있는 집’의 성격이 강하며, 과거처럼 투자 목적의 추가 주택이나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는 않다. 대신 예적금, 현금성 자산, 주식, 기타 금융자산이 점진적으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최근 보고서의 핵심 변화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부자들이 바라보는 향후 유망 투자처에 대한 인식 변화다. 이는 단순한 자산 보유 현황이 아니라, 앞으로 어디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보여주는 선행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②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유망 투자처 인식의 전환
이번 KB 부자보고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부자들이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주식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과거 조사에서는 단기·중장기 구분 없이 부동산이 항상 1순위였지만, 최근 결과는 명확한 변화를 보여준다.
향후 1년 이내 단기 고수익 투자처로 주식을 선택한 비율은 55%에 달했으며, 3~5년 중장기 투자처로도 약 49.8%가 주식을 꼽았다. 이는 단순히 주식 시장이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구조적인 변화가 내포돼 있다.
첫째, 부동산 규제 환경의 변화다. 실거주 요건 강화, 세금 부담 증가, 토지거래허가제와 같은 제도적 장벽은 고액자산가일수록 부담이 크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가에게는 ‘똘똘한 한 채’ 전략조차 효율이 떨어지는 구간이 존재한다. 남는 자금을 추가 주택으로 운용하기에는 규제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둘째, 주식시장의 구조적 성장 기대다. 국내 주식 중에서도 해외 주식보다 국내 주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인됐는데, 이는 단기적인 환율 변수보다는 국내 산업 구조 재편과 기술 중심 성장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부자들은 부동산의 안정성보다 금융자산의 유동성과 기회 비용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③ 부자들의 실제 주식 투자 방식과 선호 산업
흥미로운 점은 부자들의 주식 투자 방식이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초고위험, 고수익’ 전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KB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주식 투자로 수익을 냈다고 응답한 비중은 약 40%였고, 손실을 봤다는 응답은 9.8%에 그쳤다. 이는 최근 국내
주식 시장의 흐름을 고려할 때 비교적 안정적인 운용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부자들이 보유한 주식 종목 수는 평균 8.9개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숫자다. 이는 분산을 하되,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집중도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작정 종목 수를 늘리기보다는, 이해 가능한 산업과 기업 위주로 선별하는 방식이다.
선호 산업을 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IT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관련 분야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AI와 연관된 소프트웨어·플랫폼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는데, 이는 단기 테마보다는 중장기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베팅 성격이 강하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투자 태도다.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작은 변동성에 흔들리기보다는, 손절과 보유 기준이 명확해진다. 소액 투자에서는 ‘물타기’가 가능하지만, 자금 규모가 커질수록 손실 관리가 더 중요해진다. 반대로 수익 구간에서도 단기 차익 실현보다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접근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④ 주식 외 대체투자와 부자들의 자산 이동 방향
부자들이 주식을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꼽았다고 해서, 모든 자금이 주식으로만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투자 영역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대표적인 예가 금과 가상자산이다.
금은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과 함께 가격 상승 흐름을 보이며, 자산 방어 수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중시하는 부자들에게 금은 변동성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
가상자산 역시 제도권 바깥에 있는 특성상, 일부 자산가에게는 매력적인 대체투자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이는 공격적인 비중 확대라기보다는, 전체 자산 중 일부를 배분하는 형태에 가깝다.
이러한 흐름을 종합해 보면, 한국 사회 전반에서 자산의 중심축이 점차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정부 정책 방향과도 맞물리는 부분이며, 자산가일수록 이러한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부자보고서가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이다.
결국 부자들이 주식을 유망한 투자 방법으로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규제 환경, 유동성, 성장성, 그리고 자산 규모에 맞는 효율성을 모두 고려했을 때, 현재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보의 차이’라기보다는, 결정과 행동의 속도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